전통 도자의 미학과 사유


Q. 오랜 시간 청자 작업에 몰두해 오셨는데 작가님께 청자는 도자기라는 매체 안에서 어떤 정신성과 미적 이상을 구현하는 대상이었나요?

A. 청자는 제가 스무 살 무렵 도자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이자, 도자기 중에서도 가장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분야입니다. 단순히 재료의 물성을 다루는 기술을 넘어서, 불이라는 과정을 통해 특유의 푸른빛을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흙과 유약의 조합이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크랙이 생기지 않으며, 순청자나 상감청자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아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저 역시 청자를 처음 접한 이후 한동안 분청사기 작업에 더 집중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청자에 대한 실험과 연구는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특히 저는 고려 초기 전성기에 제작된, 크랙이 거의 없는 '소문 청자'를 중심으로 연구해왔습니다. 이 시기의 청자는 문양이나 장식보다 조형성과 완성도가 중요시되었고, 화려함보다는 마치 국가적 이상을 담은 듯한 절제된 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동시에, 당시 청자는 국가의 주요 교역품으로서 외국에 수출되었으며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디자인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천 년 전의 문화유산을 오늘날의 실생활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재현하고자 합니다. 청자를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우리의 민족성과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향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Q. 청자 작업에서 분청 작업으로의 이행은 어떤 내적 질문이나 예술적 필요에서 비롯되었나요?

A. 사실 제 작업의 시작은 분청이었습니다. 청자는 비교적 최근, 약 5~10년 전쯤 어떤 계기를 통해 다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지요. 당시에는 청자 차도구를 사용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고, 주로 군청이나 분청을 기반으로 차도구가 제작되고 있었습니다.

분청은 조선 초기부터 존재했지만, 중기 이후 차 문화가 점차 쇠퇴하면서 함께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근대 이후 차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전해진 분청 사발이 차 도구로 널리 쓰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분청이 마치 차도구의 원형처럼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려 시대가 차 문화가 가장 융성했던 시기로, 당시 청자 역시 차 도구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분청은 조선 시대의 미감을 반영하면서도, 청자와 달리 보다 회화적이고 유연한 표현이 가능한 장르입니다. 청자가 완벽성과 이상미를 추구한다면, 분청은 자유로운 손맛과 다양한 시도를 포용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작업하는 입장에서 분청은 훨씬 더 넓은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자입니다.

요즘도 분청을 바탕으로 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젊은 작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청자와 분청은 조형성, 기법, 정신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 사이에서 작가님이 경험하신 가장 큰 전환이나 통찰은 무엇이었나요?

A. 청자는 이미 고려 시대에 국제적 가치를 지닌 도자기로 자리잡았습니다. 당시의 고려대장경이나 국제 행사는 지금으로 치면 엑스포와 같은 개념이었으며, 외국의 사신단이 방문하면 경제 관료와 상인들까지 동반하여 활발한 문물 교류가 이루어졌습니다. 중국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고려는 독자적인 조형미와 디자인을 창조해냈습니다.

고려는 불교 국가이면서도 도교적 세계관을 함께 지니고 있어 직선보다는 곡선을 중시했고, 씨앗이나 자연을 모티프로 한 장식들이 특징적입니다. 청자의 조형성은 유럽의 티팟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으며, 오히려 그 곡선미와 세련됨에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청자는 단순히 한반도 안에 머무는 미감이 아니라,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디자인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청자의 역사성과 조형미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계승하고 재해석할 것인가가 제 작업의 중요한 질문 중 하나였고, 이는 저에게 큰 예술적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분청사기: 전통성과 현대성 사이


Q. 분청은 자유로운 표현이 특징적인 매체입니다. 전통 분청의 문양이나 조형을 현대적으로 재현할 때, 작가님께서 가장 중시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A. 분청 작업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실용성과 조형성의 조화’입니다. 도자기는 결국 일상 속에서 사용되는 기물이기 때문에 손에 들었을 때의 촉감, 입에 닿는 느낌, 시각적 균형 등 실용적인 요소들이 반드시 조형성과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굽과 구연부의 비례는 시각적인 안정감에 큰 영향을 줍니다. 굽이 좁고 구연부가 넓은 기물은 시원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고, 반대로 굽이 넓고 구연부가 좁으면 보다 안정적이고 묵직한 인상을 전달합니다. 또한 몸체의 라인, 주구(물줄기가 나오는 부분), 손잡이의 각도 등도 실제 사용의 편리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조율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분청은 조형적 표현의 가능성이 매우 넓은 매체입니다. 특히 회화적인 표현이 잘 어우러지는 성질을 갖고 있어 시각적 자유도를 높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감성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Q. 분청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새롭게 확장하게 된 조형 언어나 감각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분청은 조형 언어의 관점에서 볼 때, 유연함과 자유로움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매체입니다.

전통 분청기에서 자주 보이는 형태는 굽이 좁고 구연부가 넓은 구조로, 다소 불안정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미묘한 긴장감이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저는 이러한 불균형적인 요소들이 조형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이를 기단이나 형태 구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업하고 있는 고흥 지역은 분청 도자의 시작과 끝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조선 중기의 가마터가 20여 개 이상 밀집되어 있어 이곳에서 원재료를 채집하고 복원 작업을 진행하며 당시 도자기의 미감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유물들에는 해학적이고 편안한 조형 감각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름 문양의 경우 그것이 구름인지 꽃인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었고, 문양 자체가 어떤 규칙이나 대칭에 얽매이기보다는 작가의 감각에 따라 유연하게 펼쳐졌습니다. 복원 과정에서 단편적인 조각만으로는 전체 문양을 유추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는데, 이는 그만큼 당시의 표현 방식이 자율적이고 직관적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 역시 형태나 문양에서 ‘정해진 틀’보다는 ‘감각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유연한 표현’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는 분청 작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분청 작업을 선호하는 것도, 이러한 자유로움과 표현의 확장성 덕분이라고 봅니다.

도자기, 손의 기억

Q. 청자 작업에서 수많은 실험 끝에 구현하신 ‘비색’은 작가님께 어떤 미적, 정서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나요?

A.청자의 비색은 매우 난해한 색입니다.

중국 청자는 보통 백색도가 높은 바디에 철분이 함유된 푸른 유약을 두껍게 발라 색에 중점을 두었지만, 고려시대 청자는 푸른 빛이 도는 맑은 색으로, 투명성과 맑음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 맑음은 유약 두께에서 비롯되며, 이를 우리 식으로 비유하면 찹쌀 같은 느낌입니다. 또한, 물로 비유하면 깊은 강물이 아닌 맑은 개울이나 소에 담긴 푸르름과 같아, 깊은 바닥까지 맑게 들여다보이는 청자의 푸른 빛입니다.

이러한 청자는 우리 고유의 청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리도 아니면서 투명성을 지니고, 동시에 크랙(금)이 가면 안 되는 과학적 메커니즘의 복잡함이 있어 매우 어려운 색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청자 연구를 하면서도 난제를 경험했고, 옛 어른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Q. 청자와 분청은 흙과 유약을 다루는 방식부터 달라집니다. 두 작업에서 손이 기억하는 감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A. 지금도 청자 작업과 분청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두 작업 간 감각의 차이가 매우 어렵고 미묘합니다. 청자는 완벽성을 추구하는 작업이고, 분청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움과 폭넓은 표현을 담고 있습니다. 완벽성을 추구하다가 답답할 때 분청 작업을 하면 손이 좀 더 편안해지고, 스트레스 해소가 되며 표현의 폭도 넓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극과 극에 가까운 작업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두 작업 모두 거의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재료를 다루고 표현하는 방식과 디자인이 다릅니다.

청자는 재료를 더 정제하고 완벽성을 추구하며, 분청은 거친 재료까지도 수용해 보다 회화적이고 개방적인 표현을 추구합니다. 결국 두 작업의 본질은 같지만, 청자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분청은 좀 더 자유로운 감각과 표현을 확장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Q. 반복과 축적의 예술인 도자 작업에서, 작가님께 손으로 빚는 행위는 어떤 시간성과 관계를 만들어내는가요?

A. 도자기는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이고, 사람이 만드는 것이며, 결국 자연에서 온 재료를 사람이 손으로 다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가 담은 감성과 마음이, 이 도자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듯이 사람이 만든 도자기도 결국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감성적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장인의 자세이고, 그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 도자 작업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도자기는 ‘될 때까지’ 하는 작업으로, 날씨나 자연 조건과도 맞물려 긴 시간과 인내를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 비가 오면 다시 시작하는 과정처럼, 도자 작업은 끊임없는 반복과 축적의 연속입니다.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흙을 다뤄오면서도, 흙은 여전히 어렵고 늘 새롭게 다가옵니다. 옛날 도공들이 대물림으로 흙과 도자기를 다루며 남긴 유물들은 매우 높은 퀄리티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오랜 숙련과 경험에서 나온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단기간에 그 경지에 이르기는 어렵지만, 긴 시간을 거치며 흙과 교감하고 유연성을 키우면서, 자신의 생각과 작업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 것이 도자 작업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 몰입, 그리고 인간


Q. 작업 중 가장 ‘나다움’이라는 감각에 도달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나다움’은 작업하는 특정 순간에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도자기를 시작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고민해온 부분입니다. 작업 내내 힘들지 않고 늘 즐겁고 재미있었고, 다양한 물성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제 인생에서 큰 행복이자 의미였습니다. 그런 즐거움과 행복이 ‘나다움’에 도달하는 본질적인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즉, ‘나다움’은 작업 과정 전체에 녹아 있는, 삶과 예술을 함께 아우르는 깊은 자기 인식과 만족감입니다.---


Q. 선생님의 도예 철학은 시간과 함께 어떻게 진화해왔나요? 도자기를 처음 접했을 때와 지금 내면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처음 도자기를 접했을 때는 경험이 부족했고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전통 도공들의 어깨너머 기술과 구전으로 배우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왜 그렇게 만드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알지 못해, 경험 범위를 벗어나면 시행착오와 리스크가 컸습니다.

그래서 점차 재료에 대한 과학적 공부와 연구가 필수임을 깨닫고, 재료 공부를 통해 무수한 시행착오를 정리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노동과 노력뿐 아니라 재료에 대한 이해와 자유로움이 작업의 폭을 넓히고 더 섬세하고 디테일한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고 봅니다.


Q. 흙은 유순하면서도 완고한 재료입니다. 수십 년을 함께해온 ‘흙’이라는 존재와의 관계성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요?

A. 흙은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이자 동시에 가장 다루기 어려운 재료입니다. 흙은 생명을 잉태하는 근원이며, 불에 구워져 단단한 그릇이 되는 등 활용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그만큼 흙의 물성을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고, 이는 화학적인 ‘불’이라는 요소와 결합되어 도자기의 완성을 가능하게 합니다. 흙을 다루는 일은 수분과 무기물 등 흙 안의 요소를 이해하고 조형에 활용하는 과정이며, 불이라는 화학적 힘을 통해 형태와 강도를 완성하는 매우 폭넓고 깊은 작업입니다.

이 과정은 일종의 연금술과도 같아서, 자연 재료를 통제하며 조화시키는 희열입니다. 또한 동양에서 도자기는 단순히 하층민의 노동이 아니라 왕이나 권력층이 직접 관여한 고도의 기술과 철학이 담긴 작업이었기에, 도공들도 높은 지식과 철학을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그런 전통적 DNA가 현대에도 이어져서, 저 역시 흙과 불을 다루는 과정에 깊은 철학과 집중을 담아 작업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맥락과 예술 계보


Q. 고려청자부터 조선 분청에 이르기까지 한국 도자의 흐름을 직접 빚어오신 작가님께 한국 도자의 미감이란 무엇일까요?

A.한국 도자의 미감은 동아시아 도자 문화의 큰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국, 베트남, 일본 등과 비교해보면, 한국 도자기는 특히 불을 다루는 기술적 완성도가 매우 뛰어납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전해진 도자 문화는, 한반도 안에서 독자적인 형태와 미감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외형만 보면 주변 문화권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조형의 세부나 터치, 선, 비례감 등에서 한국 고유의 미감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양적으로는 중국이나 일본처럼 대규모로 생산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개별 작품의 완성도나 조형 언어의 깊이는 세계적으로도 충분히 독특하고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오늘날 도예가들이 작업하는 것도, 이 ‘한반도만의 조형 감각과 미감’을 어떻게 이어가고,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의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작업에 영향을 끼친 스승이나 장인, 또는 동시대 도예가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가로서의 스승보다는 과거 도자 산업 현장에서 오랜 시간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쌓아온 장인들에게 큰 감명을 받아왔습니다.

전통적으로 도자 생산은 철저하게 분업화된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흙을 반죽하는 사람, 물레를 돌리는 사람, 유약을 칠하는 사람, 불을 맡는 사람 등 각 분야에 전문 장인이 있었고, 그들의 협업으로 하나의 도자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각 분야의 수장 역할을 한 장인들은 기술력은 물론 전체 과정을 조율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현장 중심적인 태도, 재료에 대한 예민한 감각, 그리고 작업에 임하는 치열한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거의 마지막 세대로 그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도예가는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하기에 더욱 어렵고 복합적인 작업이 되었습니다. 흙, 불, 유약, 조형, 건조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그만큼 도예는 평생을 걸쳐 탐구하고 축적해가야 하는 분야이고, 완성이라는 개념은 끝내 도달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에 몰입하고, 거기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도자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의 재현, 고증, 그리고 장인정신


Q. 작가님께서는 단순히 전통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고증을 바탕으로 ‘정확한 재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다. 전통을 ‘있는 그대로’ 되살리는 작업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보통 전통과 전승을 이야기할 때, 저는 전승은 기술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고, 전통은 그 원형을 시대에 맞게 해석하고 다시 풀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도자기의 원형을 복원하고 찾아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느끼는 것은 ‘정확한 원형의 해석’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도자기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라는 점입니다. 과거의 조형 언어가 단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것을 깊이 이해하고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해야 자연스럽게 현대성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도 결국 그런 태도를 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오늘날 도자기의 영역은 조형적인 것부터 실생활까지 그 범위가 훨씬 넓어졌지만, 그런 현실 속에서 원형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를 하는 작가들이 많지 않은 것이 늘 아쉽습니다. 젊은 작가들 역시 전통의 기반 위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려는 시도를 더 많이 해보았으면 합니다.


Q. 전통 재현 작업은 때때로 창작의 자유를 제약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그런 제약 속에서 어떻게 예술적 표현을 이어가고 계신가요?

A. 전통 재현은 단순히 과거의 양식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재현은 ‘그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옛 도공들이 어떤 방식으로 흙을 다루고, 어떤 철학과 의도를 담아 도자기를 빚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런 깊이 있는 이해 없이는 아무리 현대적인 표현을 해도, 그 근거가 빈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통 기술과 제작 방식을 철저히 고증하고, 옛 도자기의 구조와 정신을 가능한 한 깊이 체득하려 노력합니다. 그 위에서 새로운 창작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작가님께 전통을 계승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란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오늘날 많은 작가들이 ‘변형’에 집중하는 흐름 속에서, ‘재현’의 가치가 다시 조명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전통을 계승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그것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고,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를 깊이 이해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문화재나 국보로 지정한 도자기들도,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히 실생활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점을 보면, 그것이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미감과 기능을 갖춘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전통이라는 것은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살아 있는’ 문화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현은 단지 복제가 아니라, 깊은 이해와 존중 위에서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전통의 본질을 올곧게 배우고, 그 가치를 충실히 계승하려는 태도가 오늘날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공예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

Q. 작가님께서 현재 한국 도자계 혹은 공예 생태계에서 가장 크게 고민하고 계신 점은 무엇인가요?


A. 지금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도자기가 더 이상 생필품이 아니라 ‘기호품’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기호품으로서의 도자기는 예술적인 면이 강조되지만, 그 이전에 누군가의 노동과 시간, 재료가 들어간 ‘만드는 행위’이기도 하죠. 그런데 지난 40여 년을 돌아보면, 도자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예술 도자기와 상업 도자기 사이, 그 중간 지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대량생산 기반의 도자기 제조업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대신 예술성을 중심에 둔 젊은 작가들의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 도자기는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격차를 좁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국 도예가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소비자층이 넓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단지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인들이 직접 나서서 역할을 넓히고, 때로는 예술적인 도자기를 만들고, 때로는 보다 접근성 있는 기물도 함께 제작해 ‘폭을 확장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공예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려면, 예술성과 실용성을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도자기들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이 지금 제가 가장 깊이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Q. 공예가로서 후속 세대를 위해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전하고 싶으신가요?


A. 현재는 고흥에 내려가 그 지역의 흙과 재료들을 찾고 있습니다. 고흥과 전라도 지역은 조선시대부터 도자기 가마터가 밀집해 있었고, 지금도 좋은 자원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자원들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정리해 후배 작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제 작업이 결국은 다음 세대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좋은 재료와 장소, 기술이라는 자산은 다음 세대의 작가들이 더 깊이 있는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토대를 잘 정리해두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전승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과 전망

Q. 현재 준비하고 계신 작업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요즘은 전라남도 고흥에 내려가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흥은 도자기 분야에서는 다소 소외된 지역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분청사기의 중심지 중 하나였고, 현재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마터가 있는 곳입니다. 이 지역에서 다시 도자 문화를 활성화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재료를 찾고, 가마를 복원하고 활용하는 등의 기초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고흥을, 소규모이지만 국내 젊은 도예가들과 해외 작가들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실험적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특히 분청이라는 장르는 전통성과 현대성을 모두 품고 있어서, 젊은 작가들에게도 매력적인 가능성을 열어주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나 광주, 김제 등에도 작가들이 모일 수 있는 기반이 있지만, 고흥은 그 역사성과 공간적 특성 덕분에 더 신선한 접점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지방행정 절차나 준비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조심스럽고 꾸준하게 준비해가고 있습니다.


Q. 도예 혹은 전통 공예의 길을 걷고자 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도예는 새로운 실험과 도전의 연속입니다.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만큼 세상을 보고, 그 앎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 ‘앎’이라는 것은 결국 어디까지 추구할 것인가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인에게 중요한 건, 끊임없이 생각하고, 표현하려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작업을 충분히 체득했다면, 이제는 오브제적인 접근이나 물성에 대한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울지 않는 마음”으로 작업을 즐기시라**는 겁니다. 잘하려고만 애쓰기보다, 작업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이 있어야 오래 할 수 있고, 오래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도자기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PARK SEON KYUNG

국가무형문화재 매듭장 전승교육사 박선경







전통매듭공예에 대한 기초 이해


Q. 전통 매듭 공예란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일정한 길이의 끈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의 매듭을 맺어 실내 장식, 기물, 장신구로 활용하는 공예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생활의 흔적이 담겨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것입니다.


Q. 전통 매듭이 지닌 특징과 역사적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 매듭은 원시시대부터 시작된 실용적인 도구로서, 동물의 털이나 풀, 나무 줄기를 엮어 끈으로 만들어 사냥과 의복을 고정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한 기능을 넘어 장식적인 의미가 더해졌으며 특히 고려·조선시대에는 왕실의 의례와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폭넓게 사용되었습니다. 전통 매듭은 화려함보다는 절제미를 중시하며 매듭이 쓰이는 기물과 조화를 이루는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닙니다. 또한 다양한 형태와 복잡한 술 장식이 발달하여 실용성과 장식성, 그리고 깊이 있는 문화적 의미를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절제된 우아함과 정교한 기법은 한국 전통 공예의 미적 기준과 민족적 정서를 반영합니다.


Q. 대표적인 매듭 기법이냐 형태, 그 의미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요?

A. 매듭에는 국화매듭, 안경매듭, 연봉매듭, 생쪽매듭, 병아리매듭 등 다양한 이름과 형태가 있습니다. 각 매듭은 기물과 조화를 이루며 쓰임새에 맞게 구성되고 색상이나 술의 길이도 세심하게 조정됩니다. 매듭은 조화를 중시하며 과하지 않게 전체를 빛내는 역할을 합니다.







작가의 여정과 철학


Q. 선생님께서 전통 공예, 록히 매듭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저희 가문은 4대째 매듭 공예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최초로 국가무형유산 매듭장으로 지정되셨고 이후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제가 장녀로서 자연스럽게 그 길을 잇게 되었습니다. 저의 전공은 다른 분야였지만, 집안의 환경과 저에게 잘 맞는 적성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작업을 통해 가장 깊이 탐구하고 있는 주제나 개념은 무엇인가요?

A. 매듭은 단순히 기물에 매거나 걸어 사용하는 기능적인 용도를 넘어, 깊은 조형적 아름다움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매듭과 기물이 서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각자의 역할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하나의 통합된 완전체가 되도록 작업에 집중합니다. 색상과 구성, 형태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고려하여 보는 이가 작품을 통해 멋과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매듭 작업에서 ‘조화’는 단순한 미적 조화가 아니라 우리 삶의 근본 원리와도 같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균형이 깨지면 어긋나듯, 매듭과 기물도 서로 조화롭지 못하면 본연의 가치를 잃게 됩니다. 저는 작업을 통해 ‘조화로운 삶’, ‘편안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을 표현하고자 하며, 이 가치들이 제 작업뿐만 아니라 제 삶의 중심에도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낍니다.


Q. 작업을 통해 가장 깊이 탐구하고 있는 주제나 개념은 무엇인가요?

A. 매듭은 단순히 기물에 매거나 걸어 사용하는 기능적인 용도를 넘어, 깊은 조형적 아름다움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매듭과 기물이 서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각자의 역할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하나의 통합된 완전체가 되도록 작업에 집중합니다. 색상과 구성, 형태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고려하여 보는 이가 작품을 통해 멋과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매듭 작업에서 ‘조화’는 단순한 미적 조화가 아니라 우리 삶의 근본 원리와도 같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균형이 깨지면 어긋나듯 매듭과 기물도 서로 조화롭지 못하면 본연의 가치를 잃게 됩니다. 저는 작업을 통해 ‘조화로운 삶’, ‘편안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을 표현하고자 하며 이 가치들이 제 작업뿐만 아니라 제 삶의 중심에도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낍니다.






소재와 기술


Q. 사용하는 재료가 작업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거나 제한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A. 명주실을 염색하여 끈을 만들고, 술과 매듭을 구성합니다. 실의 굵기, 염색 색감, 끈의 길이 등은 모두 작업의 완성도를 좌우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한 계산과 정리가 필요합니다. 준비 과정만 해도 수일이 걸릴 만큼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Q. 손기술과 도구, 기술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도구보다 손기술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의 압력, 감각, 숙련도가 작업의 질을 결정하며 숙련 정도에 따라 가능한 정교함은 도구로는 대체할 수 없습니다. 결국 가장 정밀한 도구는 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RTIST STUDIO






제작 과정의 심층 탐구


Q.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그 중 가장 중요한 단계는 무엇인가요?

A. 작품 완성까지의 모든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을 고르고 염색하고, 끈을 짜고, 술을 만들고, 매듭을 지어 최종 완성품으로 조립하는 단계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지막 단계에서 전체 균형과 정갈함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단계는 단순한 손기술뿐만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감각과 안목이 필요한 부분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매듭 공예가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었습니다. 염색장은 실을 염색하고, 끈목장은 끈을 짜며, 연사장은 실을 꼬아 술을 준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듭장이 모든 재료를 모아 완성품을 만드는 역할을 맡았지요. 각 장인이 맡은 바를 정밀하게 수행한 후 매듭장이 전체를 조율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 모든 과정을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합니다. 실을 고르고 염색하며 연사하고 끈을 짜고 술을 비비고 매듭을 지어 조립까지 전부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량이 많아졌고, 더욱 치밀한 계획과 섬세한 감각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Q. 작업 중의 몰입은 어떤 감각과 감정으로 다가오나요?

A. 작업은 저에게 마치 안식처와 같습니다. 매듭을 손에 잡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됩니다. 정말 그 순간에는 이 일만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어느 한 과정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매듭을 짓거나 술을 만들 때, 완성 단계로 갈수록 몰입이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끈을 짜는 작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각 과정마다 몰입이 잘 되는 순간들이 있고 그 순간들이 이어지면서 작품이 완성됩니다.

물론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거나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다시 자연스럽게 집중하며 몰입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 덕분인지 작업이 저를 안정시키고 다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시간과 노동의 가치


Q. 한 작품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동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A.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최소 20일 이상이 걸립니다. 끈과 술을 만드는 준비 과정부터 매듭을 짓고 완성하는 모든 단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런 시간과 노동은 단순한 작업을 넘어 제 삶과 정신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매듭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의 굵기, 사용할 색상, 매듭의 종류, 술의 길이와 양까지 모든 요소를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산해야 합니다. 실이 굵으면 매듭이 커지고, 가늘면 작아지기 때문에 어디에 사용할지 미리 구상하여 적합한 굵기와 길이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색상 조합과 배치, 문양, 길이 등 모든 부분을 치밀하게 계획해야 하며 중간에 실이 부족하거나 남는 일이 없어야 하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한 계산이 필수입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손놀림이 아니라 고도의 집중력과 예측력,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경험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매 작품은 제게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정성, 그리고 저의 정체성과 철학이 담긴 소중한 결과물입니다.


Q. 공예에서 ‘속도’와 ‘느림’의 개념은 작가님께 어떻게 다가오나요?

A. 전통 공예에서 느림은 당연한 전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업은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속도를 중요시한다면 전통 공예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저는 느림을 번뇌로 여기지 않고, 그저 이 일의 본질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주문이 들어와 정해진 기간 내에 맞춰야 할 때는 밤을 새우면서 속도를 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속도를 내는 상황’일 뿐, 공예 자체가 빨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 느림과 노동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애초에 이 일을 계속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저는 이 느림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작업해 나가고 있습니다.


Q. 기계화된 생산과 대비되는 손작업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A. 매듭 작업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실을 꼬고 엮는 모든 과정이 손의 섬세한 감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손작업의 가치가 가장 본질적으로 드러납니다. 기계로 흉내는 낼 수 있지만, 매듭을 조이고 정형화된 형태를 완성하는 일은 사람 손만이 가능합니다.





                                                          

                                                                      COLLABORATIVE WORK WITH TEXTILE ARTIST






문화적 맥락과 전통


Q.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변형’할 때 그 균형을 어떻게 고민하고 계신가요?

A. 기본 구조는 유지하되 색상이나 술 구성, 기물의 형태 등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반영합니다. 쓰임과 미감, 양쪽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과거의 형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매듭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오늘날의 감각과 필요에 맞게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현대 작가들과의 협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어떤 전시나 작품을 보면서도 “전통 매듭이 저런 식으로 응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실제로 현대 디자이너, 공예 작가들과 협업하는 기관 프로그램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는데 그 과정에서 흥미롭고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활동하는 섬유 작가와 함께 유리 공예와 매듭을 결합한 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작가는 전통 매듭이 단순히 장식 요소나 기물에 부속된 형태로만 쓰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느꼈고 투명한 유리 안에 매듭을 배치함으로써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부각시켜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영국 V&A 뮤지엄에 소장되기도 했습니다. 전통 매듭의 미를 세계적인 맥락에서 보여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전통을 지키되, 현재와 호흡하는 방식으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와 공예적 감각을 접목해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저에게는 굉장히 흥미롭고 또 창작자로서 도전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V&A EXHIBITION






창작자로서의 삶


Q. 작가님만의 ‘공예 철학’이 궁금합니다. 작업을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을 말씀해주신다면요?

A. 사실 저희 세대 장인들에게 ‘공예 철학’이라는 말이 다소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하는 작업이 오래도록 기억되고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그것이 저만의 철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전통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작업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분들은 전통은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고정된 방식을 주장하시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통은 존중하되, 새로운 시도와 관심도 함께해야 전통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음 세대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항상 주목하며 그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이 오늘날의 감각 속에서도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대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일도 매우 즐겁고 의미 있다고 느낍니다.

매듭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며 이 작업이 누군가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고 우리 선조들의 삶과 감각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예의 미래와 후속 세대


Q. 후속 세대의 작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느린 게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급할 필요 없고 남들이 열 개 만들 때 나는 하나만 만들어도 됩니다. 중요한 건 내가 그 하나에 만족하는가 입니다. 공예는 경쟁으로 접근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특히 전통 공예는 어느 하나라도 빠르게 만들어지는 게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계를 거쳐야만 완성할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천천히 가야 합니다.

현대 공예는 자기 이야기를 담아내는 경우가 많지만 전통 공예는 그것과는 좀 다릅니다. 물론 그 안에도 스토리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깊이와 정성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래서 이 길을 가려는 분들이라면 짧게 보지 말고 길게 마음먹고 가야 합니다.


이 일이 취미가 되어도 좋고, 업이 되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단번에 결과를 바라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 때는 결국 남들에게 보여지는 일이기도 하고, 평가를 받게 되기도 하지만 그 평가가 좋든 나쁘든,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예를 단편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예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긴 시간 동안 자신을 담아내는 작업이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ARTIST


박선경_국가무형유산 매듭장 전승교육사 

 

•2025.05 국가유산청장 명공상 수상

•2024.08 개인전 ‘THE 매듭 - 상반된 것들의 균형과 조화’(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3층 올)

•2023.11 개인전 ‘매듭,일상의 환희지향’ (아트gg갤러리)

•2023, 2019-2020 메종오브제(파리, 한국문화재재단관)

•2020-2024 전승교육사5인연합기획전 ‘공예:craft 옛것과 새것’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2022 리키비움책마루 인문학강의 ‘정성과 인고의 예술, 매듭’ 

•2021 기획전 ‘제망중중’(성남아트센터 갤러리 808) 

•2020 영국 Collect 전시(서머셋하우스)

•2018-2020 무형문화재 위원회 전문위원(문화재청)

•2019 <한국 다회의 특징과 변천에 대한 고찰>,아시아민속조형학회 제20집 논문투고 

•2018-2019 공예트렌드페어(코엑스 한국문화재단관) 


박선경  PARK SEON KYUNG

국가무형유산 매듭장 전승교육사



인터뷰 일자 2025년 5월 26일 월요일 오후 1시 30분 

장소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인터뷰어 여주희 

인터뷰이 박선경 전승교육사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방법’
‘Ways to find balance in life'


고대 그리스에서는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때 마다 신에게 조언을 얻는 신탁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습니다. 그리고 이 신탁이 이루어진 곳이 바로 ‘델픽 Delphic’ 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고민의 시간을 마주했을 때 ‘델픽’을 찾아와 신의 메시지를 통해 해결해 나갔 듯이,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델픽의 차 한잔을 통해 삶 속의 균형을 발견하여 건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In ancient Greece, it was common practice to receive a trust from the god for advice whenever an important decision was made. The place where this oracle was formed was called 'Delphic'. Just as the ancient Greeks went to Delphic to solve the problems through God's message in times of agony, we believe that many people can rest their minds and bodies and discover the balance in life through a cup of Delphic's tea and hope to bring a healthy energy.


‘차의 경계를 넘다’ 
‘Crossing the boundaries of tea’


시대와 장소에 따라 모든 문화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며, 이에 따라 차 문화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차 문화 속에 오랜 시간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동서양의 구분이나 다도의 격식과 같은 경계를 넘나 들며 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차 문화를 이끌고자 합니다. 차를 편안하게 즐기며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맞게 자신 만의 차 문화를 완성해 나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Through time and space changes occur in all cultures, including the tea culture, which has also transformed over time in various ways. We are aiming to break down the barriers and lead an inclusive tea culture that anyone can enjoy easily by crossing the boundaries of the East and West division and the long-established culture of tea ceremony.


‘전문성 있는 한 잔의 차’

‘A cup of professional tea’


차는 1500년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델픽은 차 한 잔에 1500년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낼 수 있도록 세계 각지의 생산자들과 직접 만나 최고의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티 문화의 본 고장인 영국에서 오랜 기간 연구한 국내 티 마스터와 23년 경력의 해외 티 전문 연구진과의 합작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스페셜한 블렌딩 레시피를 개발합니다. 


The tea has a history of 1500 years. 

Delphic meets with producers from all over the world to make the best tea so that a cup of tea can capture 1500 years of history. We develop the world's best special blending recipe in collaboration with domestic tea masters who have studied for a long time in the UK, the home of tea culture, and overseas tea experts with 23 years of experience.


‘최상급의 신선한 원료’

‘The best fresh raw materials’


델픽의 차는 고객의 요구에 적합한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공수한 최상급의 신선한 원료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찻잎 품질 검사와 재배 밎 제조 이력을 직접 파악하고 진행하여 엄선된 재료만을 소비자에게 제공합니다. 


Delphic's tea starts with delivering the best quality to suit your needs. Based on the best fresh raw materials from around the world, we provide consumers with only selected ingredients by directly identifying the quality inspection of tea leaves, cultivation, and manufacturing history.


델픽은 다양한 제품군의 차(tea)와 다구(teaware)를 선보임으로써, 차 문화 전반에 대한 보다 쉬운 접근과 깊이있는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Delphic offers a wide range of teas and teawares, aiming to provide an easier access and in-depth understanding of tea culture as a whole.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다양한 요구가 생겨나고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이지만, 아직도 선뜻 접하기 어렵게 하는 문턱이나 일부의 문화로 느껴지게 하는 장벽들이 존재합니다. 처음 호기심을 가지던 때부터 지금까지 차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직접 느끼고 고민해온 점들을 바탕으로, 자연과 계절의 흐름을 담아낸 차와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가치를 담는 물건들을 전합니다. 델픽은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나 취미로 느껴지는 차를 제시하려 합니다.


With an increase of interest in tea along with a shift in consumers' demand, tea is becoming a new cultural trend. However, there is still a threshold that exists as a part of the tea culture, acting as a barrier. Based on the curiosity of the first encounter with tea and the thoughts from all the tea experience in everyday life, we deliver tea that captures nature and the seasons with teaware that attains more value as time passes. Delphic would like to present tea that feels like a friend or a hobby which can be enjoyed for a long time.



CUSTOMER SERVICE

카카오 채널 문의

11:00 - 18:00 

토, 일 및 공휴일 휴무

BANK INFO

기업은행

476-000966-01-019

예금주

(주)델픽

CONTACT US

일반문의

info@delphic.kr

도매 및 납품 문의

wholesale@delphic.kr

COMPANY : (주)델픽 | CEO : 유수진

ADDRESS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70길 23, 2층
BUSINESS REGISTRATION NUMBER : 118-85-06938

 [제2020-경기포천-0962호] Terms of use ㅣ Privacy Policy


Copyrightⓒ Delphic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